날씨가 쌀쌀해지고 찬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전을 생각 할 것이다.
큼직한 쪽파가 가득 깔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톰하고 노릇노릇한 파전,
시큼한 김치가 숭숭 썰려 들어간 빨갛고 매운 김치전, 그밖에 해물파전,
녹두전 등등... 그 종류만도 굉장히 다양하다.
이런 전을 나 역시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손쉽게 먹을 수 있고 간편한 전이 촬영용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면 이야기는 180도로 달라진다.
먹을 땐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인 전이 촬영 시에는 오랜 시간과 반복을
요한다. 그 이유에 대하여 가장 어려운 해물 파전을 예로 적어 보자면...
실제 조리 시에는 긴 쪽파를 후라이팬 전체에 깔아주고 그 위에 해물이 섞여있는
반죽을 골고루 뿌려 주어 익힌 후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계란을 뿌려 완성한다.
하지만 촬영용이라면...
1. 반죽을 후라이팬 전체에 골고루 뿌려준다.
2. 파를 같은 크기로 잘라 파의 흰색 뿌리 쪽과 녹색의 파 줄기 쪽을 서로
교차시켜 정갈하게 올려놓는다.
(똑같은 방향으로 놓았을 경우 한쪽으로만 흰 뿌리부분이 모여지게 됨으로
색감을 골고루 주기위해서)
3. 그 위에 반죽을 살짝만 덧뿌린다.
(많은 양을 뿌릴 경우 익었을 때 파가 보이지 않는다.)
4. 해물이 골고루 잘 보여 질 수 있도록 위에 올려놓는다.
(반죽과 섞였을 경우 완성된 파전에서는 반죽으로 덮어져 버려 해물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5. 가장 중요한 부분! 전을 뒤집는다.
(반죽에 해물이 섞여있지 않으므로 뒤집을 경우 해물이 다 떨어져 버린다.)
6. 계란의 노른자만을 골라 가장자리에 뿌려준다.
(흰자를 섞을 경우 노릇한 색감이 덜해진다 또 전체적으로 뿌리게 되면
지져분한 느낌을 준다)
7. 어슷썰기한 고추를 따로 볶아 살짝 올려 장식한다.
(고추장식은 포인트를 주기 위한것!
같이 조리할 경우 고추가 타버려 포인트 장식 효과가 반감된다.)
해물파전은 사진에서 푸른색의 파와 다양하고 푸짐한 해물과 노릇노릇한
계란의 색감을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조리방법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것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싱싱한 재료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반죽을 덜 부어주면 뒤집을 경우 재료들이
다 떨어져 버리고, 반죽을 적당히 넣어 전을 완성하면 파와 해물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된지 어언~3년.
3년이라는 시간동안 매일 매일 진행되는 촬영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며
만들고 세팅하고 먹어보았는지 이젠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많아져 버렸지만
그 수많은 음식들 중 아직도 촬영하기 어려운 음식중 하나가 바로 전 인 것이다~!
전류 촬영 시 유의할 사항에 대하여 위의 조리법을 제외한 몇 가지를 적어 보자면...
1. 후라이팬은 찍고자 하는 전의 사이즈와 비슷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죽이 묽을 경우 모양이 동그랗게 만들어지지 않아 수정을 해야 됨으로~
2. 전을 뒤집을 때에는 뒤집게를 사용하게 되면 전이 찢어지거나 재료들이 떨어져
버릴 수 있음으로 전보다 조금 큰 접시를 전위에 엎어놓고 후라이팬 자체를
뒤집어 전을 접시에 올린 뒤 다시 후라이팬에 조심스레 미끄러지듯 전을 올린다.
3. 약한 불에서 서서히 전을 익혀서 전이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익혀 질수
있도록 한다.
전류를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나름대로 정리해 적어 보았다.
하지만 위의 사항을 다 잘 안다고 해도 예쁘게 촬영용 전을 부치기란 쉽지가 않다.
반복되는 연습과 실패만이 조금 더 낳은 먹음직스럽고 예쁜 세팅을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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