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갖고있는 아주 취약한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알콜'이랍니다.^^;
당최 약해서리...
그래서 이곳을 촬영하고 나서야 이곳이 주당들에겐 꽤나 알려진 술집이란 걸
알수있었죠. 마포의 '최대포'라는 곳. 알고보니 전통이 40년 이상이나 되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처음에 도착했을때 겉보기에 다소 허름한 판자집같은 분위기라 속으로
내심 의아하더군요.
' 이런 곳에서도 음식사진을 촬영하려하네? 메뉴판같은 것도 필요없는 집같은데...'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고급스럽진 않아도 서민적인 편안한 분위기와 굉장히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걸 보고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일하시는 분들은 나이도 많고 뽀글파마에 몸빼바지를 입으신 아주머니들였는데
그분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은 무척 정겹고 맛날거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주인이신 최대포(실제 성함은 음...)님을 만나서 먼저
상담을 했죠. 우선 이곳의 주 메뉴는 '돼지갈비'였는데 양념에 묻혀진 것과
양념이 되지않은 '소금구이'가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돼지의 특수 부위에 해당되는 곱창과 돼지껍질 등이 있었습니다.
구워먹는 철판 석쇠도 다른 곳에서 본적이 없는 A4정도 크기의 사각형이었는데
촬영은 아무래도 접시에 담겨진 것보다 이 철판 그대로 고기를 올려 찍어야 더
알맞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어떡하면 이 투박한 메뉴들을 장식없이도 맛있게 보이게 할 것이냐 하는게
촬영의 관건이었져.
이제까지는 항상 예쁘고 정갈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맛있게 보이지 않을까해서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접시도 깨끗이 닦고 흐트러진 고명과 재료들을 다시
정리한다던지 모 그런 식의 일만 해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의 컨셉을 보아 그런 것이 오히려 언밸런스하게 보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고기의 색감이었는데 보통 생고기를 찍을 때는 익혀진
상태보다 고기가 갖고있는 마블(붉은 육질과 지방질이 대리석무늬처럼 퍼진정도)
을 보여주기 위해 날 것을 찍곤 하는데
이번은 고추장 양념에 완전히 버무려진 돼지갈비라서 어떤 방법이 좋을 지
결정을 쉽사리 못내리겠더군요.
결국 과장님과 협의 하에 내린 결론은,
날것과 익힌 것을 철판위에 같이 연출함으로써 마치 '지금 굽고있는 중'이라는
식으로 현장감을 느껴지게 하고 특별한 장식이 아니라도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약간의 구운 마늘등을 고기 사이사이에 배치시키는 장면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또 구운 것은 날 것과 아주 확실한 차이가 느껴지도록 타기 바로
직전 까지 구워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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