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류의 촬영을 할때는 재료만 잔뜩 가져다놓고 "자 이번엔 '딸기빙수'에요."라는
식으로 제목만 가르쳐 주시곤 내게 모든 꾸밈을 맡기셨다.
마치 내가 셋팅하는 대로 매장에서 내주실 의향이신거 같았다.
거의 메뉴개발을 내손에 맡기시는것같은 기분이라서 약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등은 뜨거운 조명아래 오래 있을수 없기때문에 빠른
'속도감'을 요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특히 빙수는 얼음위에 여러가지 재료를 다 보여주어야하면서 삼각형의 형태를
유지해야하므로 머릿속에 아예 모든게 잡혀진 상태에서 얼른얼른 올려주어야한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도 얼음은 녹아간다.
그리고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하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 중심은 주로 이름에서 알수있다. '팥빙수'의 경우는 '팥'이 주인공이고,
딸기빙수는 당연히 '딸기'가 주인공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부주인공으로서 그다음 중요시 해야사는건 얼음의 시즐이다.
팥이 흘러내릴때 바로 밑에 얼음이 나와주어야 시원~한 느낑을 살릴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연만 살리면 재미없는 그림이 되기 일수다.
조연..과일이나 올라가는 떡, 흘러내리는 연유, 버미셀리등은 너무 많지 않게
놓으면서 색감을 다양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뿌려지는 요소는 이때 생략해주는게 더 나을때가 있다.
'서양배빙수'라고 절인 서양배를 이용한 빙수종류는 절인 배의 색감이 거의
없어서 버미셀리로 장식을 했지만 역시 좀 아쉽게도 재미가 너무 없었다.
딸기 빙수의 경우 전체적인 얼음색에 붉은 색소를 뿌렸고 컵의 바로 윗부분인
삼각형태의 아랫부분에 딸기를 저며서 주변을 둘렀으며 위에 덩어리 딸기의
모양을 반만 잘라서 어슷하게 놓아서 붉은 빛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커피빙수의 경우는 얼음에 커피의 색감을 주고 데코레이션은 커피 대신 예쁜
눈송이모양의 초콜렛을 올려서 재미있게 나올수가 있었다.
빙수가 녹아서 중간에 수정하고 싶어도 그냥 촬영할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사진이 나왔을때 삼각형의 중심이 삐뚤어진 것도 있었고 팥빙수는 팥이 과일에
가려져서 많이 나오지않아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번에 한번더 빙수의 촬영이 있을때 '팥'의 중요성을 꼭 머릿속에서
지워지지않도록 생각해가며 셋팅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 윤종신의 히트곡이었던 '팥빙수'란 노래가 나의 마음을 참 잘도 전달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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